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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끝나지 않는 노래> (한겨레출판/2011)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최진영이 들려주는 3대를 걸친 여인들의 수난사가 담긴 장편소설로 1927년에 내성면 두릉골에서 태어난 두자를 시작으로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낳은 쌍둥이 수선과 봉선, 수선의 딸인 고시원에 사는 대학생 은하와 군대에 가 있는 봉선의 아들 동하까지의 이야기를 1930년대부터 2011년 현재까지 현실적으로, 아름다우면서 쓸쓸하게 풀어놓은 글입니다.

 위 내용만 보면 어디가 퀴어문학일까, 싶죠. 글쓴이 또한 퀴어문학인지 모르고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여인들의 수난사에 마음 아파하며 읽는 도중 수선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을 떠올렸을 때 아 뭔가 퀴어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하며 의심의심, 집중집중 읽다보니 빼박! 하고 수선의 레즈비언 성향이 나왔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건 가족들이 아무렇지 않아하며 수선을 포옹해줄 때였습니다. 아 그것보다 더 좋았던 건 짝사랑이지만 수선의 애정들이 딸인 은하의 시선으로 사랑스럽게 비쳐질 때였습니다. 온갖 수난사에 지쳐있던 독자를 흐뭇하게 하는 대목이죠.

 주로 여성의 눈으로 흘러가는 글이라 남성 독자에겐 약간 흥미가 떨어질 수 있겠으나 단언컨대 이 책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본문 엿보기]

 예감은 종종 왔다. 엄마가 가을 내내 연보랏빛 목도리를 뜨던 때. 엄마가 뜬 목도리를 혜순 아줌마가 아무렇게나 두르고 다니는 걸 봤을 때. 선선한 가을바람 불던 저녁, 강변에서 열리는 출제에 애들이랑 놀러 갔다가, 틀림없이 공장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엄마가 혜순 아줌마랑 따뜻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소녀처럼 웃고 있는 걸 봤을 때.

 (중략)

 니 언제까지 이래 살래 하고 혜순 아줌마가 물어보자, 내는 고마 니랑 살았음 좋겠다고 말하던 엄마 목소리. 혜순 아줌마가 깔깔 웃으며, 그럼 내 서방은 우야고 하고 대꾸하자, 말이 그렇다는 기지 뭐 하고 눙치던 엄마 표정. 혜순 아줌마가 돌아가자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을 안 나오던 엄마.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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