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우, 『햇빛 기다리기』, 2022처음 맞은 ‘퀴퍼뽕’은 달콤했다. 그러나 몸은 다시 수치심으로 가득 찼다. 누구는 ‘퀴퍼뽕’으로 일 년을 버틴다고 하던데 나는 약발이 잘 안 받나 보다. 그럼에도 퀴어 퍼레이드에서 마주친 활기 넘치는 몸들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활력이 생겼다.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와 같은 구호를 함께 외치면 나도 싸울 힘이 생기는 것 같았고, 모두가 지인인 듯 인사하는 장소에서 나는 거리감 있는 친밀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곳을 떠난 내 몸은 무지개 타투를 지우고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버텨야 한다. 그러니까 퀴어 퍼레이드가 말하는 외치는 ‘프…
박상영,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 2018 성숙함이란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려는 노력이다. 일견 구질구질하고 이상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사연이 있다. 누구에게나 어떤 이야기가 있고 그것은 노력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폴 발레리는 “가장 깊은 것은 피부”라고 말했다. 소설은 피부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를 온갖 방법으로 들여다보는 성숙한 텍스트다. 박상영의 첫 단편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는 다양한 피부가 있다.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