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 북클럽 1기 4회차 : 근하 <사랑하는 이모들>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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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1기 4회차 : 근하 <사랑하는 이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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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댓글 0건 작성일 22-10-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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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식구였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효신이보다는 나이가 많을 때 고모 둘과 함께 타지역에서 살았었다. 나의 고모도 진희처럼 내 기분을 수시로 살폈다. 자꾸만 반찬을 해주시고 필요한 걸 물어보았다. 나도 효신처럼 그것이 불편했다.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의 스토리라인을 미리 봤을 때 스스로 효신에게 이입하게 되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읽는 내내 진희와 주영이 신경 쓰였다. 내 조카를, 혹은 동거인의 조카를 당장 집으로 데려와 돌봐야하는 상황이 된다면 진희처럼 그의 기분을 세심하게 살펴줄 수 있을까? 주영처럼 대화를 계속 시도할 수 있을까? 예전 우리 고모처럼 그를 위한 반찬을 만들어둘 수 있을까? 일주일도 한달도 아니고 몇년을. 그런 다정함과 정성에는 체력도 필요하고 보통 이상으로 넓은 마음이 필요했을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 만화를 읽은 후에야 알아차렸다. 진희, 주영과 같은 다정함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효신과 같은 불안정한 사람이 나의 퀴어니스에 불편함을 내비칠 때, 화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다정함을 갖고 싶다. / 파이퍼



나는 모르는 것들 투성이지만 대구에 대해서는 아예 모른다. 『사랑하는 이모들』의 도입에서 효신은 대구에 머물게 된다. 이모 집의 맞은편에는 잘 짖는 개가 산다. 아마도 근방에는 효신이 다니는 중학교가 있을 것이고 더 나가면 수성못이 있다. 거기서 세 사람은 종종 산책을 한다. 여기까지가 대구에 관한 추측이며, 나는 대구에 대해선 모르지만 같이 사는 일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안다. 대개 나는 누군가와 같이 살면 그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게 되곤 한다. 두 가지 외에 다른 경우가 없었던 건 내가 운이 좋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진희 이모와 주영이모와 효신은 집에서 서로를 먹이고, 말동무가 되고, 상대의 투정과 침묵을 견딘다. 같이 산다는 건 그 모든 것을 맞닥뜨리는 일. 주영 이모는 효신에게 파스타를 해 주거나 빵을 사다준다. 컵라면과 컵라면이 아닌 음식들을 먹으며 효신은 세 계절을 보낸다. 내내 외롭고 고립되었던 효신이 3부에서 두 이모가 먹을 붕어빵을 사오는 장면에서는 그간 겪었을 지난함을 어림하게 되었다.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격려와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거 같다. 『사랑하는 이모들』을 보니 대구를 배경으로 한 근화 만화가의 다른 작품 『달구벌 방랑』또한 궁금해졌다. 그리고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알아차리며 돌보고 싶어졌다. / 해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나 강의에서 가족을 다룰 때 소위 정상성 가족이라고 부르는 틀 밖에 있는 청소년은 없는지 마음을 쓰게 된다. 엄마, 아빠, 자녀로 그려지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내재화한 비정상이라고 부르는 가족의 구성원이 혹시라도 위축되거나 소외되는 일은 없는지, 혹 결손이라고 느낄만한 언어는 없는지 자신에게 되묻곤 한다. 청소년 효신을 보는 내내 현실 속 장면이 겹쳐 떠올랐다. 

<사랑하는 이모들>을 읽으면서 진정한 가족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안전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서로의 편에 서서 서로를 따스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가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해 못 함의 이유로 아끼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있는, 그리고 떠나고 싶지 않은. 이런 것이 가족이 아닐까. 어디에도, 어떤 것에도 정상과 비정상은 없다. 가족은 다양한 모습이 있을 뿐이다. 

효신은 이모들과의 등산에서 비로소 엄마를 소중하게 떠나보낸다. 이모들과 함께 한 시간이 있기에 엄마를 잃은 슬픔과 불안을 껴안을 수 있다. 이모들 곁을 떠나게 된 효신은 알게 되었다. 떠나는 것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한 시간을 껴안고 있기에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을. 가족의 형태가 어떤 모습이든 효신과 이모들처럼 서로의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껴안을 수 있는, 그래서 아픔도 서로 치유할 수 있는 진정한 가족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 하다



퀴어라면 한 번쯤 주변인이 퀴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가족 중에서 퀴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효신이 부러웠다! 효신은 퀴어인 이모가 불편하다고 느낀 모양이지만 나한테 주영이나 진희 같은 이모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함께 퀴어로 사는 삶 얘기도 하고, 여자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가족이 내 성적 지향을 존중해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러웠다!

그외에도 이모들과 주영의 관계가 처음에는 삐걱거렸으나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모들이 좋아 보인다는 효신의 말에 주영은 웃었다. 그러나 세 명의 관계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들이 좋아 보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일리구



책은 담담하게 세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감정 기복이 크지도 않고, 풀어내기 어렵고 복잡한 사건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한 가지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 각각의 마음이 잘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난 아주 어려서부터 동거와 결혼에 부정적이었고, 대안 가족에 대한 논의도 내 삶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내가 떠올리는 미래는 언제나 나 홀로였다. 그런 나에게 <사랑하는 이모들>은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애인과 8년의 동거 끝에 애인의 조카와 함께 살게 된 원고노동자 주영에게 나를 겹쳐보았고, 사람에게 헌신적인 진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았다. 난 그들처럼 나만의 가족의 형태를 만들 수 있을까? 모든 게 불안정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믿고 사랑하는 것을 찾아나서는 효신이와, 그런 효신이를 품어내는 둘이 대단했다. 가족을 구성하는 것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 믿음과 상대를 돌아보는 마음, 대화면 충분했다. / 아영



수수하지만 섬세한 표정과 풍경으로 서사를 담아낸 작품. 잔잔하고 따뜻한 서사였다. 큰 상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주인공 '효신'이 낯선 상황에서 겪는 갈등들이 독자로 하여금 효신에게 이입하게 만들었다. 책의 제목인 '사랑하는 이모들'은 중의적인 의미인데, 효신의 이모인 진희와 그녀의 연인 주영이 사랑하는 사이임을 말하는 것과 동시에 효신이 그들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 '사랑하는 이모들'이라는 말이 편지의 첫머리에 쓰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뭉클해지기도 했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 그리고 낯선 관계를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갈등과 그 갈등이 해소되면서 더 단단해지는 효신의 성장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퀴어와 가족 이야기는 참 긴밀한데,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가족은 또 새롭게 마음을 두드린다. 주영과 진희는 참 좋은 어른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효신에게 체득하게 해주고,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주는 태도가 어른스럽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거나 표백된 인물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들이 좋았다. 그리고 깨알같이 현실적인 이모들의 생활 방식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작품 마지막에서 효신이 말하는, "가장 외로웠지만 가장 따뜻했던 때"라는 말이 참 좋다. 과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좋았고, 효신도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쟤 어디가?" 라는 말을 뒤로 하고 불편한 자리를 뛰쳐나갈 수 있다는 건 그가 엄마에게 많이 사랑받으며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이모들의 사랑 또한,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조카 얘기를 많이 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를 떠올리기도 했다. 짧은 시간동안 읽을 수 있지만, 여러 번 곱씹으며 읽기 좋은 작품이었다. / 다홍



“이모들의 삶이 궁금했다. 바라고 선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점점 부끄러워졌다.”(167쪽)

중학생 효신은 엄마를 잃은 후 이모의 집에 잠깐 살게 된다. 이모에겐 함께 사는 동거인이 있다. 낯선 지역의 낯선 사람들, 엄마는 없고 아빠는 아픈데 이모와 함께 사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이라고 한다. 효신이 경험하는 불편함, 궁금함, 동경과 부끄러움에 대한 이야기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서로 미안한 일을 쌓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안한 사람이 곁에 있고 미안하다는 말을 직접 전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효신은 엄마와 겨울 등산을 갔다가 예쁜 풍경을 보고, 그제야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었던 날을 기억한다. 효신은 이모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모들도 효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평생 함께하고 싶었던 이모들과의 시간은 세 계절로 끝이 난다. 엄마와 그랬듯 효신은 이모들과도 헤어진다. 그러나 이모는 잠든 효신의 머리맡에서 “나는 안 잊을 거야.”라고 다짐하듯 속삭여주고, 효신은 그런 이모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엄마를 계속 기억하고 그리워하듯이. 그 기억을 품에 안고, 효신은 이제 “다 말하고 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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