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지금 여기, 가장 전위적인 서사!
몸을 둘러싼 규범과 경계를 교란하는 가장 새로운 소설
비일상적 상상력을 통해 몸을 둘러싼 규범과 경계를 교란하는 작품을 써온 소설가 돌기민의 『보행 연습』이 출간됐다. 2019년 텀블벅 펀딩을 통해 출간된 『아잘드』를 개고하여 정식출판한 이번 소설은 펀딩 당시 이미 눈 밝은 독자들 사이에서 강렬하고 매혹적이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설임을 인정받았다.
소설은 고향 행성의 침공으로 인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무무의 목소리를 통해 전개된다. 15년 간 지구에 머무르며 무무가 터득한 생존법은 이렇다. ‘결함 없는’ 인간의 몸으로 변신하여 데이트 어플을 이용해 상대를 만나고, 성관계가 끝난 직후 상대를 잡아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것. 그러나 무무의 변신은 마법처럼 매끈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 형체에 욱여넣은 몸을 지탱하는 일은 너무 고통스럽고 어색해서, 두 다리로 걷는 일조차 연습이 필요한 일이 된다. 그러므로 『보행 연습』은 장제목 그대로 ‘56KM’부터 ‘0KM’에 이르기까지 인간 규범에 맞는 보행법을 연습하는 연습일지이며, 타인과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기록이자, 무무의 생존 일지, 그리고 다름에 대한 기록이다.
식인 외계인이라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소설은 젠더, 장애, 육식, 트랜스 휴먼 등의 주제를 폭넓게 포섭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이야기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는 데에 있다. 강렬하고 세밀한 묘사와 변주되는 내러티브를 통해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무무가 어플로 만나는 사람의 얼굴과 몸을 그리게 되고, 무무와 함께 지하철에 오르게 되고, 무무의 식인 과정을 낱낱이 살피게 된다. 타인과 무무의 관계가 엇갈리고 비틀리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그렇게함으로써 이 소설은 가장 문학적인 방법으로 가장 전위적인 자리를 점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주의: 살인, 식인의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가쇼이 <가발>의 수정 재출간 버전입니다.
-
192출판사김영사(1990)"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 화집,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었다. 그것들만이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전부였다."주인공인 19세 소년 '아담'이 사랑, 섹스, 독립…
-
191출판사생각의나무(2002)대학에 들어간 작중화자는 우연한 기회에 탱고에 몰두하게 된다. 능숙한 경지에 오른 그는 어느날 탱고 마니아들의 무도회장에서 그에 필적하는 춤 솜씨를 지닌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가 여장남자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세월의 풍파에 지쳐있던 그 여장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