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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민 단편집 <곰의 부탁> 수록.
친구 '곰'의 부탁을 받고 함께 아침 바다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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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곰의 부탁’에서 화자인 ‘나’는 친구 ‘곰’으로부터 몇 년 전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발견됐다는 로마시대 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손을 잡고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의 뼈는 ‘모데나의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몇 년 뒤 DNA 검사에서 뼈 주인이 모두 남성으로 밝혀지자 사람들의 반응은 달라진다. “두 사람은 형제라고, 사촌이라고, 전쟁 때 같이 싸우다 죽은 전사들이라고. 모데나의 연인이 하루아침에 모데나의 전사가 된 거야. 웃기지 않냐?”
마침 ‘곰’은 학교 연극 동아리가 축제 때 올릴 연극에서 로미오 역을 맡았다. 어느 날 동아리에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곰’과 ‘양’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봤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맡은 역할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 ‘로미오와 머큐시오’였고, 소문이 돌자 ‘양’은 사라진다. 작가는 첫사랑이라는 환희의 감정과 함께 찾아온 두려움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곰’과, 그런 친구 곁을 지키는 ‘나’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보인다.
소설의 말미, ‘곰의 부탁’으로 ‘나’는 곰, 양과 함께 겨울바다를 찾는다. “한 번도 자세히 본 적 없었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해는 빨간색’이라고 믿어왔던 ‘나’는 눈부신 노란색의 해가 하늘을 불긋불긋한 물결로 물들이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새 해가 훌쩍 떠올라 세상이 구석구석 또렷했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 출처: 선명수, 「경계에 버티고 선 아이들아, 괜찮니?」 경향신문 2020.07.31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7311345011#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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