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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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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 동시에 기독교로 대표되는 반동성애 세력도 강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기독교인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언급하며 동성애 척결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독교 안의 성소수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정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이름과 같은 지넷이다. 지넷은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신 또한 기독교인이 되었다. 짙은 종교 색으로 인해 학교에서 꺼릴 정도였고 장래희망 또한 선교사였다. 하지만 지넷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달은 뒤부터 종교와 멀어지기 시작한다. 멜라니가 그 시작이었다. 지넷은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지만 엄마를 포함한 주변 어른들은 이를 눈치 채고 지넷과 멜라니가 사탄의 저주에 걸렸다며 이들을 감금시키고 강제로 회개시킨다. 지넷은 이를 거부하고 탈출하지만 멜라니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기독교인의 생활로 돌아간다. 엄마는 탈출하는 지넷을 잡지 않는다.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까지 말하며 기독교에 반하는 지넷을 끝까지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에는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라며 지넷의 성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다. 그렇게 소설은 완벽한 해피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채 마무리된다.

 

제목에서도 등장하는 오렌지는 엄마의 신념을 말한다. 엄마는 지넷이 방황하거나 혼란스러워할 때면 매번 오렌지를 건넸다. 엄마에게는 오렌지만이 과일이고 진리이자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결론에서는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알고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라고 한다. 비록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왔던 그 교리가 약간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작가의 이름과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는 점도 포인트이다. 실제로 작가도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이 소설이 완벽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경험이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주인공의 혼란이 정말 실제적으로, 구체적으로 서술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소설을 두 번 읽었다. 처음에 읽을 때는 글씨만 읽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책을 덮었을 때도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도 소설의 형식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한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지넷의 생각이 주가 되어 전개되기 때문이다.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성경이나 환상 소설 같은 이야기 또한 내용 파악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성경을 알고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8부로 나누어져있는 제목도 성경에서 따온 것이고 안에 있는 작은 이야기도 성경 관련이니 만약 미리 알고 있었다면 내용 파악이나 연결이 더욱 쉬웠을 것 같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퀴어 퍼레이드의 허가는 미루는 반면 반동성애 시위는 고려한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는 강력한 세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들의 생각보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살고 있다. 기독교의 교리와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성경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라고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기독교에서 하루 빨리 퀴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 또한 소수자로 보아 조금이나마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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