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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산, 『커스터머』

문학동네, 2017

 

 요즘들어 출간되는 문학작품 중 장편소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탓이기엔 주변에서도 비슷한 말이 오갔다. 그러던 차에 새롭게 등장한 <커스터머>라는 흡인력 있는 작품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비교적 최근에 알게된 개념이라 그런지 소설을 읽으며 강한 연관성을 느꼈다. 환상소설이나 판타지와는 또 다른 문학 사조를 일컫는데, 대체로 환상성과 허구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서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커스터머는 단순한 가상세계를 옮겨놓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에서 자라난 것이고, 작품 속 인물들은 여전히 현실의 인간상을 드러낸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커스터머'에 나오는 '커스텀'은 유전자 기술이 발달되어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세계관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선천적인 돌연변이와 달리 후천적인 자신의 의지와 정체성을 갖고 신체 변화를 선택하는 세계엔 그것을 반대하는 '커스터비아'도 존재한다. 마치 '퀴어포비아'와 같은 맥락처럼 읽히는데, 소설을 읽다보면 그 생각은 더 확실해진다. '중성', '무성' 등 실제로 현실에 존재하는 정체성이 등장하는 것도 이 작품의 퀴어코드라고 말할 수도 있다.

 

 <커스터머>는 젠더, 퀴어 관련 문제 외에도 인종, 종교, 장애 등 여러 인권담론을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을 청소년 소설처럼 발랄하고 풋풋한 호흡으로 이어나간다. 소설 속 어떤 개념이 현실의 어떤 점을 말하고 있는지 일일히 짝지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선이 느껴진다. '웜스'라는 최하계층 지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태양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열 일곱살 주인공 '수니'의 이야기와 태도에서, 독자는 작가의 어떤 제언을 직관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안의 말을 듣고 다큐에서 봤던 중성인들을 떠올렸다. 여러 사람이 인터뷰를 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중성인이라는 말을 거부했다.

"중성인이라는 단어는 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요. 너무 단순하죠." - 100p

 

'사람들은 점점 더 도를 지나치고 있습니다. 멀쩡한 팔, 다리를 자르고 그 자리를 해괴한 것으로 채우는 걸 멋지다고 생각하죠. (...) 사람의 몸은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커스텀은 인류를 불행하게....'

나는 망설이다가 서명을 하지 않고 패드를 돌려주었다. - 180p

 

 주인공 '수니'는 그리 순탄치 않은 환경에서도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나간다. '희망'과 '연대'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수니는 더이상 막연한 낙관론자가 아닌, 긴 여정을 통해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로 비춰졌다. 안이나 다른 학우들을 만나는 과정에선 자신과 다른 인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떤 방법론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변을 돌아봤다. 하늘에는 태양이 있고, 바다는 물결치고, 해변은 모래로 덮여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나는 많은 것을 사랑한다. 이 많은 사랑은 대체 어디에서 올까? - 349p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강점을 꼽자면 이거다. <커스터머>는 재밌다.

 

 

 

연홍 [沿銾]

dalmoon422@naver.com

커스터머 개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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