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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 「아내들의 학교」

『아내들의 학교』(문학동네, 2017) 수록.

 

 

  최근 가까운 사람들의 두 가지 결혼 소식을 들었다. 시스젠더 이성애자 동창의 대규모 결혼식과, 레즈비언 커플의 캐나다 이민 결혼이었다. 모두 축하할 일이다. 그럼에도 후자 쪽에 조금 더 감동하고 만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나는 비혼주의자에 가깝지만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믿는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포함한 퀴어들의 다양한 가족구성권은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는 거의 얘기되지 않았다. 퀴어문학 속의 가족들은 대체로 단단하게 사랑했고 외부에서만 공격받았다. 이렇게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가족이 왜 인정받지 못하는가. 그런 방식으로 호소했다.

 

  퀴어문학에도 단계라는 것이 있다면 정체성 인정을 호소하는 것에서 나아가, 퀴어 정체성이 사회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박민정의 단편 소설 「아내들의 학교」는 지금에 꼭 걸맞게 느껴진다. 소설은 동성혼 합법화가 이루어진 근미래를 다룬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온 레즈비언 커플 ‘선’과 ‘설혜’는 결혼한 사이로, 입양한 아이 하나가 있다. 선은 늦깎이 중고 신인으로서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가정주부 설혜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그 광경을 보고, 여유 있는 어머니들의 모임인 단미 협동조합에 나가는 것이 주요 일과다. 설혜는 충실한 ‘아내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도 배우자의 성별을 중시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는 직접적인 혐오 발언이 없다. 이제 혐오는 보다 미시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바뀌었다.

 

  먼저 선의 경우를 보자. 여기서도 TV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한다. “평범화가 비극을 누르는 승리.”(필립 로스) 나이가 많은 모델은 이미 퇴물 취급을 받는다. 선의 가장 아름다운 개성인 붉은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어지고 잘려나간다. 눈물을 흘리는 선에게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선이 점점 우승에 가까워진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선은 설혜와 아이를 방송에 출연시키기로 한다. 퀴어 가족의 특수성은 대중이 열광할 만한 드라마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설혜의 이야기. 설혜는 늘 평범한 사람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은 선의 연인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반면 설혜에겐 부자 부모가 있다. 아르바이트 한 번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 설혜가 대학에서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여학생회 활동을 했다. 여학생회 언니들은 가난하지 않은 설혜는 약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너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며 다큐멘터리 카메라 앞에 설혜를 세우기도 했다. 설혜는 지금도 그들을 만난다. 여성주의를 공부하며 모성을 다소 경멸했다. 하지만 설혜는 늘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박민정 소설은 이렇게 꼼꼼하게 흔들린다. 틈틈이 들여다본다. "이야기에 들어맞지 않는 것, 이야기가 없는 것,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한 사슬의 환한 반짝임.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서로 단절시키는 외로움."(도나 타트) 그동안 여성주의 모임, 퀴어 가족은 늘 ‘올바른’ 쪽이었다. 이것은 물론 정치적인 기획이며 잘 짜인 거짓말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몸은 부딪친다. 여러 곳에서 흘러온 물이 고이면 썩는다. 집단은 폭력적이다. 가장 바른 곳에서조차 개인은 다친다. 더욱이 자본이 개인을 앞서는 사회다. 꿈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욕망,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는 희망. 이것은 "얼마나 자본과 관련한 비자본적인 일일까."(김현) 이것이 바로 좋은 페미니즘/퀴어 서적조차 놓칠 수 있는 진실, 소설만이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퀴어가 규범과 끊임없이 대척하면서 규범을 질문하는 존재라는 정의에 동의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차적으로 레즈비언 커플이기에 퀴어하다. 한편 ‘정상가족’과 가정 내 성역할이라는 규범에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에서 반-퀴어하다. 하지만 동시에, 성정체성과 ‘정상 가족’ 규범 사이에 벌어지는 충돌을 경험하며 첨예하게 질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퀴어하다. 규범과 존재 사이의 충돌을 이렇게까지 세세히 그려낸 작품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 박민정 소설은 동성화 합법화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 이 설정은 누군가에게 유토피아일지 모르겠다. "그래, 이렇게 좋아진 세상에서 너희들이 더 당당하게 살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해. 꼭 결혼해라, 네가 원했던 유토피아가 왔으니까." 라는 여학생회 선배의 문자를 보고 설혜는 분노한다. 분노했다. 지금 설혜는 퀴어 가족으로 적극적으로 소비될 방송 촬영을 준비한다.

 

  퀴어 가족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축복어린 결혼식, 맞잡은 손, 서약의 키스를 상상한다. 우리는 그런 이미지를 소비한다. 척박한 현실에서 이것은 매혹적이다. 유혹을 꿈으로 짜깁기해 입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쉽다. 하지만 의심하는 것은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이 소설은 한다. 열심히 한다. 작가는 “공동체를 갈등 없는 유토피아로 그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1] 나는 최선을 다해 의심하는 이 작가를, 최선을 다해 신뢰하기로 한다.

 

 

 

보배

퀴어문학 마니아

 

[1] “한국문단의 ‘영 페미’들” 경향신문 인터뷰, 2017.08.3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301538001&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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