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무지개책갈피



_20151002_140029.jpg

 

사쿠라바 가즈키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노블마인/2008/원작2007)

 

그동안 본의 아니게 국내 작품들만 소개해 왔던 <무책임한추천도서>. 특별히 룰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책장을 슥 둘러보다가 이 책을 골라봤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고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재밌거든요. 재밌지 않은 책을 뭐하러 읽죠?

책의 배경은 일본의 미션계 기숙사 여학교입니다. 마리아님이 보고 계실 것 같은 퀴어한 음험함이 느껴지시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 소설, 대단히 명랑합니다. (뭐, 표지에서부터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요.) 심지어 100여년간에 걸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학교의 독서클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독서클럽의 회지는 일종의 금서처럼, 공식 문서에 남기지 못하는 정사를 기록하는 곳. 덕분에 독서클럽 멤버들을 통해 학교의 비밀들이 하나 둘 드러납니다.

소설 초반에서는 미션계 여학교답게 몇몇 부치를 둘러싼 팬덤을 코믹하게 묘사하더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설은 점점 진해집니다. 일본의 역사적인 사건들과 다양한 문학작품을 함께 오마쥬하면서 매우 독특하고도 풍부한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초반의 명랑함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기발한 가치가 톡톡 튀어나오죠. 물론 부치 팬덤 말고도 퀴어한 이야기가 더 있는데 그건 직접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생각보다 더 퀴어하고 예상보다 재밌고 기대 이상으로 좋은 소설. 숨겨진 작품인 만큼 적극 추천합니다.

 

[본문 엿보기]

 

우리 독서클럽은 이번 사건에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다. 이제껏 없었던 쾌거로, 변두리에 물러나 있기만 했던 우리가 중앙정계에 속 시원하게 한 방 먹였다는 쾌감으로 들떠 있다. 지금 여기서 코드네임 '지우개 탄환'인 내가 이렇게 독서클럽지에 남몰래 역사를 남기려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성마리아나 학원 학생회에 의해 삭제되어 학교의 공식서류인 학생회지에는 일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회지에 올해의 왕자는 탄생하지 않았다고 되어 있다. 가라스마 베니코의 이름은 혐오 대상으로 낙인 찍혀 소녀들의 낙원의 정사에서 지워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있었다. 분명히 존재했다. 우리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기괴한 위업을 달성하고 검은 바람처럼 사라진 바람둥이 가라스마 베니코에게 경의를 표하며 사건의 전모를 기록하기로 했다. (p.59)

 

 


?

Copyright ⓒ 2015 무지개책갈피 All right reserved

메일주소: rainbowbookmark@hotmail.com / 트위터: @rainbowbookm
후원계좌: 국민은행 823701-04-291039 이보배(무지개책갈피)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