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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퀴어문화축제가 끝난 저녁, 해운대 바다에서 제 5회 돗자리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안보윤의 단편소설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를 읽고 양성애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 나눈 시간!

 

역대 돗자리세미나 중 최다 인원이 최장 시간 함께해 주셨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고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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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 : 사실 처음에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주최하는 퀴어퍼레이드인만큼 지역성과 퀴어에 대한 책을 선정하고 이야기를 나눠볼까 했는데. 마침 오늘이 바이 프라이드 데이라서 양성애에 대한 책을 선정하게 되었네요. 먼저 책을 읽은 감상을 한번 들어볼까요?

 

소희 : 전체적으로 굉장히 우울한 느낌이 강해서 숨이 막히는 듯 한 기분도 들었어요.

 

연화 : 확실히 내용이 우울하긴 했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가희 : 근데 주인공이 양성애자라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이미 자신은 여자라고 정체화를 하고 있었는데……. 몸보다는 정신적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게 중요하니까요.

 

소영 : 주인공이 겪은 혼란이 과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 비추어지는 내용으로만 봤을 때 유진이 겪었던 갈등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갈등이라기보다는 사랑에 대한 갈등처럼 보였어요.

 

: 맞아요. 양성애에 대하여 다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성정체성에 대해서 비추는 부분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보배 : 그렇죠.사실.. 작가가 젠더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쓴 것 같진 않아요.

 

가희 : 이 책을 읽는 동안 왜 성문이 나와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어요.

 

일동 : 왜요 나올 수도 있죠! ㅋㅋㅋ

 

가희 : 양성애를 다룬 소설이라면 양성애자인 주인공을 좀 더 중심적으로 보여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성문을 너무 쓸데없이 많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왜 이 책을 선정했는지 궁금했어요. 읽는 동안 남성주의적인 서술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소희 : 특히 아버지라는 인물이 굉장히 소위 말하는 한국 남자스러웠어요.

 

가희 : ……. 그 줄이면 큰일 난다는...

 

(일동 웃음)

 

보배 : 아마 그런 부분은 작가가 비판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술한 부분이 아닐까요?

 

가희 : 하지만 뒤로 갈수록 아버지라는 인물에 대해서 연민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어요.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성별을 다시 확인 할 정도? 성문이라는 캐릭터도 남자가 완벽한 여자에 대해 가지는 판타지를 성반전으로 대입한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공부도 잘하고 성실한 학생이 알고 보면 뒤에서 성을 판다는 그런 판타지.

 

 

박소영 : 그렇지만 책에서 성을 매매하는 주체가 남성인 경우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약간 미러링의 느낌 이였어요.

 

: 성문이 자신의 성을 파는 입장임에도 성을 사는 여성의 몸에 대해 서술하고 또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어머니의 모습과 자신의 성을 샀던 돈 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비교하는 부분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남성이 성을 사기 때문에 여성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영 : 하지만 주인공 자체는 감정이입을 하기 쉬웠어요. 주인공의 상황이 극단적이다 보니까. 만약 내가 하루아침에 남성성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저도 유진만큼 혼란스러웠겠죠.

 

 

보배 : 작가에게 조금 의아했던 게 성기라는 부분에 극단적으로 그 가위라는 예리한 물건을 갖다 대는 날선 장면이... 너무 자극적으로 소비하려고 한 것 같았어요. 꼭 그렇게 표현했어야 했었나? 아버지에게 유진이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려 했던 장면은 어떻게 보셨어요?

 

가희 : 너무 극단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 이였는데 그런 상황이 정말 가능한가?

 

소영 : 그 외에도 우리나라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성의 불운 클 리셰 사용에 대한 부분도 불편했어요. 왜 문학속에서 남성의 불운은 부모님의 부재 혹은 열심히 준비해왔던 무언가의 실패로 비춰지는 반면에 여성은 성폭행이라던가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서사를 꼭 넣는지 모르겠어요. 확실히 이 소설이 다루는 내용이 색다르긴 했지만 그런 한국 문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틀은 벗어나지 못한 것같아요.

 

보배 : 듣고 보니 저도 또 새로 배우는 기분이네요…….거의 뭐 최애 작가였는데 생각을 달리하게되는..

 

(일동웃음)

 

연화 : 2014년에 책이 나온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요. 최근에 들어서야 이런 이야기들이 매체에서 많이 다뤄지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 3년 전의 스스로를 되돌아 봤어도 그땐 나조차도 아무것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받아드린 부분이 있었으니까.

 

 

소영 : 나도 2년 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그때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말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죠. 오히려 어렸을 때는 나 스스로에게 코르셋을 채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게이 레즈비언 더러워. ‘ 이런식으로요.

 

보배 :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서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소희 : 누구나 그럴 수 있고 그런 때가 있었죠.

 

연화 : 바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페미니즘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보배 : 요즘 화두가 화두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이 확실히 페미니즘에 대해서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네요. 그럼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그럼 이 책이 양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가희 : 앞에서도 말했지만 양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요.

 

소영 : 양성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엔 그저 남성을 좋아했다가 여성을 좋아했다는 사실 뿐이라서.

 

연화 : 맞아요.

 

보배 : 양성애를 다룬 작품들을 보면 양성애자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많다는 생각을 해요. 바이인 인물들은 대체로 자유연애주의자고 남녀 상관없이 사람을 홀리는 팜므파탈, 옴므파탈로 묘사되잖아요.

 

가희 : 맞아요 마성의 여자! 마성의 남자!

 

소영 : 물론 작품에서도 그런 편견이 있지만 현실에서도 만만치 않다고 봐요. 동성애자 사이에서도 바이는 너는 동성하고 만나다가 결혼할 때가 오면 이성이랑 결혼할거지!’ 라는 이런 소리 꽤 듣잖아요.

 

보배 : 요즘은 확실히 바이에 대한 혐오나 편견이 덜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2년 전까지만 해도 바이에 대한 혐오가 막 만연했는데 최근에 들어서는 적어도 그런 혐오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겼죠.

 

가희 : 나는 내가 누구에게도 이해를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고 말을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소희 : 이야기가 나오니까 궁금해졌다. 다들 커밍아웃은 하셨는지.

 

연화 : 저는 부모님이 개방적인 편이라. 퀴어 퍼레이드에 대해서 이해해주시기도 하고. 오늘도 퀴어 퍼레이드 봉사활동 간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아마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바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소희 : 저는 둘째 언니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첫째언니가 먼저 커밍아웃을 했다 고해서 놀랐어요. 부모님은 퀴어에 대한 반응이 안좋으신 편이라 아.. 역시 커밍아웃은 집을 구해놓고 하는 편이 좋겠다.하고 생각했죠.

 

소영 : 사실 커밍아웃이라는 게 굉장히 어떤 사람한테는 굉장히 어렵잖아요. 친구 중에 독실한 기독교신자가 있었는데, 나는 그 친구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커밍아웃 이후의 나를 다르게 볼까봐. 커밍아웃은 고사하고 혼자서 마음의 거리를 두려고 했어요.

 

보배 : 근데 커밍아웃은 정말 하기 전까지 모르는 것 같다. 저도 친구 중에 혐오 발언을 가장 많이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가 저를 가장 잘 이해해주거든요.

 

소희 : 저는 제가 이성애자인줄로만 알았는데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사실 지금도 혼란스러워요. 남자를 좋아하게 되면 그 감정을 쉽게 받아드리고 인정하지만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면 스스로 그 감정이 우정은 아닌지 하는 생각으로 감정의 종류를 따지려고 들어요.

 

가희 : 그런 영화가 있어요. ‘푸치니 초급과정이라고. 평생 레즈비언인줄 알았던 여자주인공이 여자 친구와 갈등을 겪으며 남자와 여자 둘다 만나게 되는 영화. 가볍고 재미있는 바이 영화인데 한번쯤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결말은 제가 비밀로 하겠습니다! ㅋㅋ

 

(일동 웃음)

 

연화 : 저는 차별이 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에 자연스럽게 남자든 여자든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랐어요. 나는 바이다! ‘ 하고 정체화를 끝낸 명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여자친구를 만나고 난 이후에는 확신했죠.

 

보배 : 저는 제 자신이 펜 섹슈얼인지 바이 섹슈얼인지에 대해 고민해본적 있었어요. 처음엔 그저 펜 섹슈얼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사람을 만날 때 성별적인 특성에 끌리면 바이 섹슈얼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이 섹슈얼로 정체화를 마쳤죠.

 

: 저도 아직 펜 섹슈얼과 바이 섹슈얼중에 정체화를 못 마친 사람이고 고민 중이에요. 실제로 남자를 만났다가 안 맞아서 헤어졌을 때. 내가 단지 이 사람과 안 맞아서 헤어진건지 아니면 남자라서 안 맞아서 헤어진건지 늘 고민했거든요.

 

소희 : 어렵네요...

 

가희 : 그래도 이렇게 만나서 바다에서 이야기하니까 정말 좋네요..

: 맞아요 날씨가 딱 너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연화 : 이렇게 독서 모임이라도 만들면 좋겠어요.

 

가희 : 어 좋네요. 만들까요?

 

소희 : 이런 자리 자주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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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자리에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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