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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의 여인들 - 테레사와 로레인 /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 글로리아 네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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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상의식스맨 댓글 0건 작성일 15-11-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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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jpg

 

 

1부 - 우리를 봐! 구석진 책장 한가운데서 고독히, 그러나 강렬하게 울리던 테레사와 로레인의 목소리.

 

저는 리뷰를 쓰고나면 재빨리 서점에 가서 다음에 리뷰할 책을 찾아봅니다. 이번에도 이미 다음에 리뷰할 책을 사서 읽고있는 상태입니다. 특별편을 비롯한 두 편의 리뷰를 올린 다음, 저는 강남의 한 병원에서 가슴수술 부위를 관리받고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으러 간 김에 영풍문고 강남역점도 갔습니다. 이성애 문학만이 가득한 책장들 사이를 실망스런 마음으로 헤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들이 꽂혀있는 구석진 책장까지 갔는데, 제 눈에 다른 사람도 아닌 '흑인 여성'이 쓴 책이 보이는것이었습니다(이 책 빼곤 다 백인 작가들의 작품만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지금껏 제가 읽어오고 좋아했던 책들이 비흑인 남성들의 책임을 상기하고는, '이 책은 뭐지?'하는 생각에 바로 그 책을 꺼내서 살펴봤는데, 여성이며 흑인이고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이성애자 흑인 여성에게마저 배척받는 삼중고의 여인들, 테레사와 로레인의 이야기를 읽자마자 바로 이 책을 소장해야겠단 생각이, 이 책을 소개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불안했던점은, '남성 또는 비여성'이라는 제 정체성이자 마음의 렌즈가 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에서 보이는 여성들간의 유대 및 결속(자매애), 더 나아가 페미니즘계열 작품들은, 사고방식등이 극히 남성적인 저로서는 낯선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읽는 과정이라든가 소감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마치 맛이 아주 좋은 이국 음식을 먹은 기분이라 해야겠군요. 버지니아 울프의 강연록을 수정, 보완하여 출간한 '자기만의 방'을 읽을때도 이런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2부 -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들

 

글로리아 네일러는 여성이며 흑인이었던 자신의 처지, 흑인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절대소수였던 열악한 처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글쓰기를 주저하다, 1977년에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을 읽고나서 작가로서 활동하겠다는 의지이자 자신감을 굳힙니다. 1982년에 출간되어 그녀에게 미국 도서상이란 영예를 안겨준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은 상부의 수상한 거래, 단단하고 높은 담으로 막혀 생겨난 빈민촌 브루스터플레이스에 일곱 흑인 여성들이 이주해오면서 생기는 일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루며, 더 정확하게는 각 인물들의 사연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다룹니다. 여기서 제가 다룰 이야기는 양성애자인 테레사와 동성애자인 로레인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두 사람 다 흑인 여성입니다.

 

본격적으로 이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저는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이란 작품이 지닌 의의들을 먼저 나열하고자합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심지어는 페미니즘 운동에서 주된 위치를 차지하던 백인 여성들로부터도 소외받던 흑인 여성이 용기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출간했단점이 첫번째 의의이며, 복수 인물들의 다양한 경험을 그려내면서 흑인들도 백인들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겪고 산다는 메세지를 전한것이 두번째 의의이며, 흑인 여성들의 열악한 삶 및 흑인 여성 동성애자들의 고달픈 삶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다루었다는것이 세번째 의의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리아 네일러는 흑인 여성들의 대변자이자 흑인 페미니즘 문학을 이끈 여성들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이란 작품은, 역시 흑인 여성인 오프라 윈프리가 관여한 뮤지컬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이란 뮤지컬의 원작 소설이기도 합니다.

 

 

3부 - 삼중고의 여인들 - 테레사와 로레인 - 여성, 흑인, 그리고 동성애

 

'그 두 사람이 처음에는 아주 좋은 아가씨들 같았다.'

 

사회의 박해를 피해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다 브루스터플레이스로 이주한 테레사와 로레인 커플을 표현한 첫 문장입니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서 로레인이 레즈비언이란 사실이 간접적으로 내비쳐집니다.

 

'그렇지만 이 여자는 남자들의 이런 바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자들은 그녀에 대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아가씨들이야.'

 

갈등은 초반에 벌써 나타납니다. 테레사가 공을 밟고 넘어질 뻔하자, 로레인은 테레사의 팔을 움켜잡고 허리를 감싸 안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조심해, 벌써부터 너를 잃고 싶진 않으니까.'

 

그리고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을 보며, 주민들은 '수상한 냄새'를 감지하고 '킁킁거리며', '수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주민들은 이제 두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하기 시작하죠. 특히 두 사람과 이웃하여 사는 소피는 아예 감시자 노릇을 자처하며 두 사람으로부터 수상한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리하여 312호에 살고 있는 두 여자는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이 돌고 돌았다(...) 정답게 보이는 두 여자가 거리에서 남자들에게 무관심하게 대하는 태도도 여자들의 눈에는 자연스럽지 못한 방식을 뻔뻔스럽게 과시하는 모욕적인 행위로 비쳤다.'

 

'그러나 전에는 그녀(로레인)에게 말을 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자신이 지나갈 때 노골적으로 빤히 뒤통수를 쳐다보면서도 눈길은 언제나 다른 데로 피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피는 맨 꼭대기 층계에 서서 로레인이 들고 있는 종이 봉투를 살짝 들여다보려고 했다.

<장을 보셨나 보군, 뭘 사셨나?> 말투가 거의 비난조였다. <식료품이에요.>'

 

게다가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가 알려질 시 소위 '직장에서 모가지가 잘릴' 각오를 해야했습니다. 하지만 로레인에게 더 괴로웠던것은 '모가지가 잘리는 것보다' 주민들의 인정을 얻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로레인이 이번에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은 직장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인정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만일 로레인의 인사조차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런 일은 꿈속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

 

브루스터플레이스에서 구역 협의회가 열립니다. 이때 소피는 노골적으로 테레사와 로레인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같은 흑인 여성들에게조차 여성 동성애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비천하고 더러운 짓거리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영혼이 없으며 그저 아이낳는 기계에 불과했던'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가장 저급하고 비천하게 봤으며, 영국 빅토리아 시절에서 여성은 '정숙하며 <성욕이 희박하거나 없는 무성적>인 존재'였던만큼, 여성 동성애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행위였습니다. 성경에서도 남성 동성애로 유명했던 소돔의 이야기는 나오지만, 여성 동성애로 유명했던 고모라의 이야기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듯 여성 동성애는 철저하게 터부시되고 묻힌 개념이며 같은 여성들에게마저도 용납되지 못하는 행위였던것입니다.

 

'이 구역으로 이사 온 사람들 중에서 행실이 좋지 못한 사람이 끼어 있는 것 말이야.'

 

'그런 건 주님에게 대적하는 아주 못된 짓이라고.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 브루스터플레이스에서 그런 짓이 용인되면 안 돼. 오늘 회의에서 그 문제를 놓고 뭔가 해야 되겠지.'

 

'두 여자가 주님께 죄를 짓고 있단 말이여!'

 

이때 로레인의 항변은 은빛 비수와도 같이 그들의 양심에 들어가 꽂힙니다(본문 인용).

 

'여러분하고 똑같이 집을 나서서 일하러 가는 것 말고 제가 어떤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셨나요? 대꾸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게 그렇게 불쾌하세요? 그게 제가 범한 죄인가요?'

 

그렇게 회의 후 충격을 받은 로레인을 흑인 남성 벤이 위로해주고, 벤과 로레인은 친구가 됩니다.

그렇지만, 벤은 결국 이 소설에서 예외적인 존재일뿐인데...

 

그리고 감시자 소피를 향한 테레사의 외침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만든다고요! 자, 여기 보여 줄게요! 테레사가 식탁으로 달려가 잘게 썬 양파를 한 움큼 집어들과 와서 소피의 창문을 향해 던졌다.'

 

어느 날, 로레인은 그녀에게 호의적인 키스와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C.C 베이커 패거리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 패거리는 행실이 나쁘기로 소문난 패거리였는데, 특히 주도적인 인물인 C.C 베이커는 다음과 같이 서술됩니다.

 

'C.C 베이커는 로레인이란 존재를 생각하면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들을 대하는 방법으로 그가 아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여자들이 출산을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알기 전에 그는 벌써 허리띠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작동시켜 여자들을 즐겁게 해 주거나 혼내주거나 아니면 그들이 몸을 허락하도록 유도해 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자존심을 지키는 중요한 생명선이었으므로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여자는 하나의 커다란 위협이었다.'

 

그리고 그의 편협함은 다음과 같은 대사에 압축됩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오해가 집약된 대사들이죠. 이 대사들을 읽는 내내 제 얼굴은 창피함과 부끄러움, 미안함으로 벌개졌습니다. 본문의 말대로, 앞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그 인간들은 절대로 로레인과 테레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소용없는 일이겠지요.

 

'이봐. 키스와나. 저런 더러운 년하고 얘기할 때는 조심하는 게 좋아. 저년이 네 가슴이라도 움켜쥐려 들면 어쩌려고!'

 

'그래. 이 사내 같은 년아. 군대에 들어가서 진짜 훈련이나 받지 그래?'

 

'이리 와 봐. 그럼 진짜 남자가 어떤 건지 보여 줄게.'

 

'성도착자인 네가 감히 나를 비웃어? 이 더러운 년! 지저분한 네 주둥이에다 주먹이라도 한 방 먹여 줄까!'

 

'내 오늘을 꼭 기억해 주마. 이 남자 같은 년아!'

 

심히 유감스럽게도, 21세기인 지금도 특히 미국 흑인 여성 동성애자의 처지는 열악합니다. 어느정도냐하면은, 공공장소에서 애정표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문제를 다룬 뉴스기사와 소설의 본문들을 읽으며, 조심스럽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거나 길거리에서 저를 안아주고 가벼운 스킨십을 해 주던 지금의 게이 애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며 현실을 수용하는 테레사와, 자신도 다른 흑인 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로레인의 의견이 충돌합니다.

 

'그리고 우린 한 쌍의 레즈비언이지. 테레사가 그 말을 허공에다 내뱉었다.'

'(...) 그렇지만 벤 아저씨하고 이야기할 때는 내가 이 세상 사람들하고 다르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우리는 다르니까. 그리고 그런 사실을 빨리 알면 알수록 너의 삶은 편해질 거야.'

'(...) 로레인은 그저 한 인간이고 싶어. 누군가의 딸이나 친구. 아니면 적이 되더라도 빌어먹을 인간이고 싶어. 그렇지만 밖에 나가면 성도착자 취급을 받고 집에 들어오면 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 티(테레사의 애칭). 조금이라도 평안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그곳뿐이야. 습기 차고 흉측한 그 지하실. 그곳에 가면 난 다르지 않아.'

'넌 레즈비언이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호모, 게이, 동성애자. 아까 그 애송이가 소리쳐 대던 것이란 말이지. 나도 그놈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어. 그리고 넌 이 세상 모든 지하실에서 뛰어다닐 수 있겠지. 그런다고 변하는 건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현실을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거야.'

'(...) 그리고 난 그 점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아버지를 잃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하고 <다른> 건 아니잖아.'

'진짜 모르겠어? 그렇기 때문에 넌 다르단 말이야.'

'아냐!'

'(...) 그다음 날 학교에 가서 무엇을 했어, 로레인? 사물함 근처에 선 채 네 인생에 새롭게 등장한 그 사랑 이야기를 다른 여자 애들하고 나눴어? 그랬냐니까? 다른 애들이 자기 남자 친구에 대해 과시하고 처녀성을 잃게 된 이런저런 상황들을 자랑할 때 너도 끼어들어 <얘들아, 어젯밤 이 몸을 바친 친구를 너희들도 봤어야 했는데 말이지.> 하고 말해 봤어? 그래, 말했냐고? 그렇게 해 보았냐니까?'

'(...) 사물함 앞에 서서 네 인생에서 발견한 그 위대한 사랑의 주인공을 사진으로 찍어 돌리지 그랬어? 졸업 무도회에 그 여자 애인을 데리고 가지 그랬어? 응?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지? 대답해 봐.'

'사람들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속삭이듯 말하는 로레인의 어깨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그거야!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드디어 나오는군. 사람들은 이해하려 들지 않아. 디트로이트, 브루스터플레이스, 그 어디에서도 안 한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한, 그들은 그들이고 우리는 우리야. 그 말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대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뼈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1982년에 비해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저도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이성'이 아닌 '동성'인만큼, 테레사와 로레인의 다툼이 가슴아프게 와닿습니다. 그렇지만 더 가슴 아프고 처절한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리뷰어 환상의식스맨 소개

 

남성 중심의 젠더플루이드, 회색 범성애자, 히피메일.

현재도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각종 공부를 하고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있습니다.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게이인 애인과 잘 지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하도 바이올린의 금속 현을 짚어댄 나머지 왼쪽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배기고 물집까지 생겼습니다(...)

 

 

 

경고 - 이하 문단은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 및 노골적으로 성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있으며,

특히 레즈비언분들께서 이 문단을 읽으실 시 심각한 트라우마를 얻으실 위험이 있습니다.

원래는 4부의 제목을 복자처리할까 한참 고민했지만 결국 그대로 싣기로 결정했고,

더 이상 읽기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뒤로 가시거나 창을 닫아주시기 바랍니다.

4부는 선택적으로 읽으시라는 차원에서, 저자 소개또한 3부 말미에 붙입니다.

 

 

 

 

 

4부 - 교정강간

 

밤에 혼자서 외출을 하다 돌아온 로레인은 C.C 패거리와 마주하게 됩니다.

 

'젊은이 다섯이 말없이 로레인을 둘러싼 가운데 C.C는 강제로 그녀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너비가 2미터도 되지 않는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발기한 사내들.'

 

'네년은 한 번도 이런 걸 맛보지 못했을 거야. 오늘 내가 보여 주지. C.C는 로레인의 머리채를 잡더니 청바지를 입은 자기 사타구니로 가져다 눌러 댔다. 그러고는 앞뒤로 문질러 대자 친구들이 낄낄대고 웃었다.'

 

'어때, 맛이 좋지 않아? 그러니까 네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거야. 네년에게 제대로 맛을 보여 주면 두 번 다시 계집년하고 키스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을 걸.'

 

물론 이 소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개소리'입니다. 엄정해야 할 비평에 '모가지'니 '개소리'라는 말을 괜히 붙이는것이 아닙니다. 그 당시 현실도 현실이지만, 동성애자분들의 경우, 이성에게 어떠한 연애감정이나 성욕도 느끼지 않으며, 이성과의 관계에서 별다른 쾌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성애자가 동성애게 연애감정이나 성욕을 느끼지 않으며, 동성과의 성관계에서 별다른 쾌감을 느끼지 않는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어느 날 저는 게이인 애인과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남녀의 성관계 장면이나 예쁜 여자를 봐도 별 감흥이 없다고 무덤덤하게 말하더군요.

 

각설하고, 그 뒤, 충격적인 폭력과 윤간이 이어집니다.

 

'제발'

 

'오로지 창자를 찢어 놓을 듯이 마구 두들겨 대던 어떤 움직임뿐이었다. 그들이 언제 자리를 바꾸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로레인의 넓적다리와 복부는 흘러내린 피와 C.C 패거리들이 싸 놓은 정액으로 어찌나 끈적거리는지 나머지 두 놈은 그녀를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로레인은 미친 상태에서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던 벤을 벽돌로 내리쳐 살해합니다. 번역자께선 이를 가부장 사회에 가하는 슬픈 복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극이라 해석하십니다.

 

'그녀의 몸 안에서 계속 움직이는, 톱으로 켜는 듯한 고통과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상처 입은 짐승처럼 조그맣게 끙끙대며 무릎으로 기어갔다. 골목을 따라 기어갈 때 느슨하게 튀어나온 벽돌 하나가 손에 걸렸다. 로레인은 손가락을 오므려 벽돌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브루스터플레이스에서 움직이고 있는 물체를 향해 벽돌을 끌며 땅을 기어갔다. 좌우로, 좌우로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

 

'(...) (벤이) 입을 여는 순간, 벽돌이 그의 입을 내리쳤다. 이빨이 부서져 목으로 밀려 들어갔고 그의 몸은 흔들거리더니 담벼락에 부딪쳤다. 로레인은 움직이는 머리를 정지시키기 위해 또다시 벽돌을 내리쳤다. 벤의 귀에서 피가 솟구쳐 나와 쓰레기통과 아래쪽 담벼락으로 튀었다.(...)'

 

'로레인의 허리를 두 팔로 잡아끌자 그녀의 손에서 벽돌이 떨어졌다. 사방이 움직이고 있었다. 로레인은 악을 쓰면서 세상천지 사방에서 이리저리 달리고 소리치며 움직이는 물체들을 움켜쥐려고 손을 내뻗었다. 피로 물든 녹섹 드레스를 입은 키가 크고 피부색이 누런 여인은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버둥거리며 울부짖었다. 제발, 제발......'

 

그렇게 테레사와 로레인의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끝납니다. 그 뒤 구역 파티와 석양이라는 장이 이 이야기를 묻어버리고, 구역 파티 장에서 벤의 피가 튀어 묻은 담벼락의 벽돌들도 빗물에 씻기고 치워집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레즈비언분들을 대상으로 한 교정강간 및 게이분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으로 알려져있는 미국에서도 이런식의 교정강간이나 (성)폭력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증오범죄나 성 소수자분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엄벌로 다스리도록 아예 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달리 말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미국에서 증오범죄나 이런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것을 뜻합니다.

 

사족으로, 제가 제 본래 성 정체성을 깨닫고 부분 성전환을 거칠때 가장 고뇌했던점이, '어떤 남성이 되느냐?'이기도했지만, '<남성 특유의 강한 근력과 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권력>을 얻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어제 어머니를 도와 20kg의 쌀을 한 손에 한 포대씩 들었던 저를 보면서, 드라마에서 한 여인을 윤간하여 임신시킨 남자들을 보면서, 저는 제가 서서히 얻어가고있는 그 보이지 않는 근력과 힘, 권력을 의식하며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처참하게 짓밟히는 로레인을 보면서 저는 제가 C.C와 같은 성별을 공유한단 사실이 정말 수치스럽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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