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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2기 3회차 : 레베카 버게스, 〈에이스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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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댓글 0건 작성일 23-04-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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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주인공의 학창시절을 보며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주인공은 성적 호기심을 크게 가지지 않은 듯 보였고 그건 주인공이 점점 성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느끼는 로맨틱한 느낌을 받고는 있지만 스킨십을 기꺼워하지 않고 오히려 두려워하는 모습마저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나의 내면을 어느정도 살펴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학창시절 내내 스킨십이 좋았다가 그저 그렇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그저 끔찍할 때도 있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그렇게 싫지는 않으나 스킨십을 할 때 그렇게 행복한 기분을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저 별로 즐겁지도 않은데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습관적으로 스킨십을 요구하는 느낌이 들어 상대방에게 미안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면 나도 무성애자 스펙트럼 사이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서로 결이 비슷한 연인을 만나 행복한 것 같았다. 부러웠다. / 사과

 

   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정상성에 속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배제하는 사회, 그리고 그 배제를 내재화하게 되는 주인공이 보여서 많이 짠했다. 자신을 갉아먹는 소외감과 불안감이 무척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일단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조차 잘 다루어지지 않는 에이스 스펙트럼을 다루는 책을 읽게 되어 반가웠다. 사실 연애와 섹슈얼한 관계를 인생의 큰 비중을 두고 살아왔던 나로서는 쉽사리 상상할 수 없긴 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한 뒤에 인정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살아갈 수 있고, 나는 그것을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로맨스야말로 주류 매체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에 갇혀버린 문화가 아닌가? 세상에는 더 다양한 관계와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의 퀴어니스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말하자면, 역시 정체화 후에 느끼는 그 후련함 같다.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이 나 말고도 존재하고, 그것은 전혀 이상하거나,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위로. 그 후련함을 느끼기까지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괴로움이 있었을까 싶어 말을 아끼게 되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 더 다양한 사람들이 일찍이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다홍

 

   지난 시간에 이어서, 정체성을 다룬 책이다. 읽으며 한 인물의 정체화 과정을 함께 하도록 초대 받는 것 같아서 조심스레 읽게 되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맞지 않는 것에서 오는 고통, 그런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주게 되는 상처들에 대해서 돌아보았다. 감히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단지 짐작만 할 수 있는데도 이런 말을 해서 괜찮을까 .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과 관점을 상상하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 또한 그 사람을 배제하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을 매번 염두해야 한다고만 적을 수 있을 것이다. / 신난

 

   모든 사람이 같은 감정과 생각을 하지 않기에 사랑의 표현이 어떤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다양한 성적 실천은 공공연히 말해지는 것을 어려워하는 문화 속에서 숨게 된다는 것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사람과 스킨십을 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쌓일 때 주인공은 좋아하는 사람과 그런 상황을 마주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 피한다. 불안과 강박증이 주인공을 물 위에 둥둥 떠서 발버둥쳐야 하는 위기 상황으로 내몬다. 자신도 스스로를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만 여러가지의 강요들 속에서도 주인공은 내가 틀리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 언젠가 무거운 짐이 서서히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을 알아간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좋아하는 만화, 그리고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 무름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불안함은 내가 꼭 고장 난 것 같은, 그래서 쓸모 없는 존재인 것만 같은 부정적 자아를 만들게 한다. 이성애 규범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끌림, 사랑, 결혼 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곤 한다. 그래서 누구나 올바르다고 하는 그 규범에 나를 맞추기 위해 혼란을 겪으면서도 막연히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생각한다. 레베카처럼. 그러나 현실의 세계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이질감과 섹스에 관한 규범적 압박은 학교, 친구, 미디어, 레베카가 좋아하는 만화에서조차 존재한다. 무성애자인 레베카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숨기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시험해 보기도 한다. 앤디, 톰과의 만남에서 분명히 레베카 자신은 앤디와 톰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신체접촉은 여전히 힘들다. 좋은 감정들은 일단 자신을 불편한 상황에 처넣은 후에야 올 것이라고 믿으면서 버티는 시간은 레베카에게 불안 발작을 가져왔을 뿐이다. 이런 레베카가 삶에서 자신을 깨닫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자신이 고장 나거나 모자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신답게 살아도 괜찮다는 확신과 안정을 준다. 엄마는 레베카를 지지하고, 레베카와 같은 지향성을 가진 친구는 나를 사랑해준다. 모두가 한다는 전형적인 신체접촉 없이도 레베카는 행복하게 그들만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성소수자 안에서도 무성애 성 지향성은 가시화되지 않는 듯하다. 모든 성적 지향에 이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성애라는 이름만으로도 문화 안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는 레베카의 생각에는 동의한다. 존재감이 있을수록 더 이해받지 않을까.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무성애자의 존재에 대해 그렇구나 하고 포용하는 멋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하다

 

   세상은 우리에게 모든 걸 알려주는 듯 하지만, 어떤 부분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무성애 스펙트럼이 그중 하나다. 책 속의 주인공은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세상은 당연하게 여기는 유성애 미디어를 바라본다. 대부분의 미디어는 유성애를 기반으로 한다. 사랑을 노래하고, 이별에 울고, 섹스와 결혼, 출산이 사랑의 결실인 것처럼 말한다. 주인공은 다양한 매체에서 자신과 비슷한 흔적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처럼 보이기 위해 선택하는 시도들은 주인공을 어려움에 빠뜨릴 뿐이다.

   주인공이 〈멋진 징조들〉이 무성애자의 사랑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장면(137)이 가장 인상깊었다. 주인공은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는다.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하는 이야기는 왜 매번 어려운 길을 지나야만 할까. 세상이 다양함을 더 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제각각의 사람들이 미디어 속에서, 주변인의 삶 속에서 통일된 모델을 발견하는 게 아닌, ‘를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 아영

 

   무성애자 이야기가 나오면 성욕 혹은 감정의 유무에만 대화가 한정되는 게 늘 아쉬웠다. 무성애자라는 담론 아래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상태로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성욕이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성욕조차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섹스를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누군가는 끌림이 부재한 섹스 자체에 거북함을 느끼기도 한다. 무성애자들도 섹스 좋아해! 라는 말도, 섹스를 하는 건 유성애자들이나 하는 거지! 라는 말도 맞지 않는 무성애자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에이스가 되는 법〉은 에이스펙트럼에 해당하는 사례를 부록처럼 중간중간 수록하며 에이스전체와 작가 본인을 독자들이 동일시하지 않도록 노력한 모습이 돋보였다.

   무성애 정체성은 스스로가 너무 이상하기만 했던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비 내리는 길 위에서 에이 플래그를 쓰며 몸을 보호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무성애로 정체화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조소민

 

   퀴어라고 꼭 퀴어 혐오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실 내가 바로 그 예시인 것 같다. 유성애자, 유연정자로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할 때 많은 혐오를 했던 것 같다. 사실 나로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게 맞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상대가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뿐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내 편견과 몰이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했을 때의 최고의 반응이 , 그렇구나! 좀 더 설명해줄래?”(168)였다는 것이었다. 쉽게 보이는 말이지만 사실 비당사자 입장에서 어려운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에이엄브렐라인 지인들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내 안의 혐오를 그대로 드러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무성애자인 주인공의 삶을 그린 『에이스가 되는 법』을 집에 두고 내 안의 혐오가 자라날 때마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일리구

 

 

 

*레베카 버게스, 『에이스가 되는 법』, 박선주 옮김, 파크하우스코믹스, 2022. 이하 작품을 인용할 시 괄호 안에 쪽수를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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