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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 어느 한 사람의 성장담 - 정원, 『올해의 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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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홍 댓글 0건 작성일 19-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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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작가의 올해의 미숙2월에 출간된 만화책이다. 퀴어문학DB에는 그래픽노블이라는 태그로 분류되어 있다. 만화라는 장르나 형식에서 단편, 장편을 구분 지어본 적이 거의 없지만, 316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는 책 한 권 분량이니 굳이 분류하자면 장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같은 페이지의 소설을 읽는 것보다 물리적으로 훨씬 수월했다.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글보다 빠르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흔히 생각하게 되는, 여운이 비교적 덜하다거나, 내용이 가볍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굉장히 경제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느껴졌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소설의 형식을 가져와서 비교하는 건 작품에 있어 실례일 수도 있겠다. 항상 소설 위주의 리뷰를 쓰다 보니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좁은 범위의 문학만 다뤘던 탓이다. 다만 확실한 건, 표현 방법을 떠나서 이 작품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퀴어 문학이라는 것이다.

 

간결한 그림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미숙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미숙은 친언니와 함께 4인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아이였다. 학교에서는 교우관계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고, 아이들은 미숙을 꼭 미숙아라고 부르며 놀렸다. 그리고 친근하게 느꼈던 언니는 점점 변해간다. 그러던 도중 미숙은 재이를 만난다. 재이는 미숙의 첫사랑이다. 굳이 작품에서 사랑이라고 언급하지 않아도, 이건 사랑이다. 독자가 동성애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아닌 이상 미숙은 바이섹슈얼로 패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의 미숙을 이렇게 퀴어문학 신간에서 다루게 된 이유에는 재이의 공이 컸다. 이 글이 신간 소개가 아니라 신간 리뷰이긴 하지만, 자세한 줄거리와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테니 간략한 소개에서 그치고 싶다.

 

미숙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중요한 건 이별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의 시선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숙을 동정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삶 속에서 미숙은 보이지 않는 상처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경험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어떤 독자에게는 공감되면서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고, 어떤 독자에게는 불행하기만 한 삶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후자는 작가도 독자도 아쉬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작품이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건조한 톤을 유지하고 있고, 자극적으로 불행을 어필하지는 않기 때문에 후자로 읽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원 작가는 인터뷰에서 1990년대에서 2000년대의 일반 가족에 대해 써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품 속에서 묘사된 가족은 시를 쓰면서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늘 지쳐있는 어머니, 사춘기를 통과하면서 반항적으로 변해버린 언니, 그리고 강아지 절미와 미숙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묘사를 툭툭 던지듯 그려냈다. 소설의 어떤 문장이나 영화나 드라마의 어떤 장면과 비교하기가 어렵다. 두 장르의 장점만 가져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소설이나 영상에 적용되는 한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올해의 미숙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퀴어 서사이다. 무엇보다 어떤 작품들처럼 퀴어의 특별한 사랑’, ‘남들과 다른 퀴어같은 키워드에 방점을 찍지 않아서 더 좋았다. 미숙은 이 작품 속에서 퀴어 정체성뿐만 아니라 한 세대를 관통하는 성장담을 들려준다. 그 점이 이 서사를 퀴어 문학으로 볼 때 큰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_





연홍 [沿銾] 

dalmoon4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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