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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 하고 싶어 ; 큐큐퀴어단편선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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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분 댓글 0건 작성일 18-09-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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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산 외 5명, 큐큐(QQ), 2018


  

 

계절이 바뀌었다. 루리와 슈코가 맞이한 겨울의 냄새가 밀려와 기분이 좋은 요즘. 제목만으로 눈물이 핑 도는 책을 찾았다.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해 부족한 사랑을 멈추지 말라고 한다. 기획의 말을 다 읽기도 전에 감정을 쏟고 읽어낸 여섯 가지 이야기가 말하게 만든다. 그러니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볕과 그림자. 그림자의 반대는 무엇일까. 확실한 건 그 반대편에는 해가 아닌 내리쬐는 볕이 있다. 해는 고개를 더 들어 올려야만 볼 수 있지만, 그림자의 반대는 해라고 통용되어 있다. ‘이는 그런 이유로 빛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처럼 정해진 대로 여겨야 하는 것에 싫증을 느꼈기에. 그래서 이름을 나눠 갖자는 이는 에게 단짝의 의미를 넘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를 은 바랐을 것이다. ‘의 갈망은 과의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테고 섣부른 추측이니 그만두기로 한다.

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서로를 바라보며 엉엉 우는 장면은 나중에 읽어본 가든파티의 줄거리로 인해 중요한 장면이 된다. 그저 글자에 얽매여 있는 이름, 해와 그림자 같은 일반적 의미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에게 죽음이란 어렵다. ‘을 보며 말 대신 눈물을 흘리고 끝끝내 그런 말들이 흘러나온다. 산다는 게 말이야, 산다는 게……. 의미부여를 한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작은 단어부터 커다란 죽음-개인차는 있겠지만-까지. 가든파티의 로라처럼 인생을 정의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에겐 이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은 빛의 의미를 바꿀 것이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던 빛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자신만의 빛으로.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 목을 매던 것들은 가끔 너무나 쉽게 떨친다. 단 한순간, 한 번의 자각으로 걸음을 뗄 수 있다. 같은 것을 스스로보다 더 갈망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렇다.

수프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 사장 기정에게 선미가 찾아온다. 경계하는 기정에게 선미는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다. 아프다는 게 뭔지 아니. 정상이 아니라는 거야. 정상이 아니면 사람이 아프게 되는 거야. 정상이 되고 싶은 건 욕망이 아니라 균형 감각이야. 선미는 처음부터 제목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를 한다. 뻔하지도 않고 처음 보는 기정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이다. 이토록 정상에 집착하는 선미는 역경을 딛고 정상에 다다라 또 다른 비정상을 인도하고 싶은 구원자처럼 보인다. 기정은 선미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었고, 혼자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선미에게 천천히 익숙해지고 있었다. 선원, 빌리 버드에 관한 독서 모임이 열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악마는 순수한 의도의 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반대말은 성립이 될까. 다만 선으로 둘러싸인 것들은 본래의 빛이 가려진다. 선은 행하는 자에게도 구원이기에 힘을 갖는다. 본래의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악한 선이 결정되겠지만. 그렇기에 빌리 버드가 행한 선한 폭력의 판단 여부를 물은 기정과 기정을 나무라는 선미가 대비되는 건 당연하다.

선미가 모든 걸 완벽히 해내다가 독서 모임을 기점으로 변한 것도 결말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선미는 하다못해 정상에 집착하게 된 사연마저 다르게 말하고 만다. 자신의 동기였을 사연마저도. 그와 동시에 기정은 깨닫는다. 선미는 정상이 되길 바라고, 정상은 권력이라는 것을. 그래서 손전등이 없으면 가지 못했던 길을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선미를 탓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을 정상이라 생각하며 정상을 이용하는지도 모르는 선미는 너무나 간절하다. 기정은 그래서 선미를 두고 떠났다. 기정은 정상이 되려고 애써서 힘들었기에.

 

레이디, 레이디. 정아와 유나. 정아의 하굣길 속 담벼락에 낙서하는 남자아이들은 정말 신랄하게 표현된다. 어쩌면 정아를 좋아했을지도 모르는 요시키의 편지에도 정아는 한없이 신랄하다. 그런 정아가 유나에게만 놀랍도록 약하다. 문득 유나의 얇은 팔을 잡으면서도 넘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가난함이 정아를 괴롭힌다. 그러다가 유나에 관한 마음을 딱 한 번 입 밖으로 내뱉고, 다시는 유나를 만날 수 없게 됐다. 철저히 마음이 부서졌다. 마음이 넘쳤지만 멀어지게 된 그 이후로 정아는 유나의 물건조차 보지 못하게 됐다. 정아가 먼저 유나를 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유나에 관한 것도. 정아는 모른다. 그저 애러비처럼 싸하게 식어가는 분노뿐. 유나의 노래가 더 이상 연가가 아니게 되듯이 한 번도 둘의 감정의 교차는 없었다.

 

세 편.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강원도 형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화장실에서 자신을 돌아본 이원도, 목화솜에 둘러싸이는 악몽을 꿨지만 재가 되지 않은 유진도, 류와 행복한 열차 여행을 떠난 .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겉모습을 바꾸고 예전 자신을 닮은 사람에게서 우월감을 느끼던 이원도, 또 다른 사랑을 느꼈지만 농락이고 기만이었던 유진도, 이 열차 여행이 멈추지 않길 바라는 .

자신을 사랑하는 걸 멈추지 말아요, 이원. 다음에도 류를 사랑하자는 너도 멈추지 말아요. 그리고 미아를 사랑한 지우도.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사랑은 제한적이지 않습니다. 부디 이 책을 읽고 행복해지길 바라며,





신인 리뷰어 화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레즈비언이었으나 최근 재정체화 중인 퀴어입니다.

주로 소설을 쓰기에 미숙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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